20대 시절, 여자 친구가 그녀의 사촌오빠에게 물었다.
"도대체 아메리카노는 무슨 맛으로 먹는 거야? 쓰기만 하고 맛없어"
그녀의 사촌오빠는 웃으며 말했다.
"네가 조금 더 크면 아메리카노의 맛을 알게 될 거야. 쓰디쓴 아메리카노는 인생과 같거든."
그러자 여자친구는 주저 없이 말했다.
"인생이 그렇게 쓰디쓴데, 커피까지 써야 해?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. 이 시간만큼은 달달하게 보낼래"
이 짧은 대화를 들었을 당시엔, 별 생각이 없었다.
시간이 지나고, 이 대화를 곱씹을수록 많은 생각이 들었다.
나는 평소 내가 원하는바,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성격이다.
늘 어줍잖은 배려가 바탕에 깔려있고, 자잘한 내 속마음을 들키는 게 싫어서
요점 없이 겉도는 대화를 하기 일쑤였다.
아메리카노는 쓰디쓴 인생과 같다는 말을 들었을때도 그랬다.
무슨 말인지 '이해'는 했으나, '공감'하지 못했다.
그러나 나는 마치 저 말이 내 생각인 양 떠들고 다녔다.
사실 나는 인생이 고달프다거나, 쓰다고 느낀적이 거의 없다.
아메리카노도 마찬가지로, 그저 단맛보다 쓴맛을 좋아하는 내 취향이고 가장 값이 저렴한 커피라 좋아할 뿐이다.
(많이 마셔도 살이 안찐다는 것도 큰 메리트다.)
커피와 인생을 같은 선상에 놓고 논하기엔, 난 너무 단순하다.
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식으로 대화했던 이유는,
있어 보이고 싶었고, 그 있어 보이는 표현이 곧 나의 생각인 마냥 떠들면
단순한 내 자신이 감춰지기 때문이었다.
그러면서 나는 내가 참고한 다른 사람의 생각이 곧 내 생각이라는 최면을 스스로에게 걸며,
나 자신 조차 속이며 살았다.
스쳐 지나갈 수 있는 여자 친구는 짧은 한마디였지만, 저 한마디에서 나는 '진심'을 느꼈고 '소신'을 느꼈다.
30년을 넘게 이렇게 살아와 쉽지 않을것이다.
그러나 포장되지 않은 '나의 생각'을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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